Jul 11, 2016

Les Iles par Jean Grenier

이전에 장 그르니에의 섬을 접했을 때의 기억이 너무나 황홀하여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었다. 딱히 중고로 샀어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부담없이 구해 읽고 싶단 고집아닌 고집을 부린 끝에서야 오늘 합정동 중고서점에서 '섬'을 삼천원에 구입했다

서점에서 준 까뮈의 초상이 새겨진 봉다리 안에 든 그르니에의 섬은 까뮈의 희망적인 서문으로부터 시작하고 나는 이 대단한 서문때문에 이 섬에 도달한것 이라고 감히 표현하고싶다.

나는 까뮈의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 동요된 마음을 채 진정시키지도 못한채 김화영선생님의 서문 '글의 침묵'에서 의외의 정체를 겪었다. 책에서 -감명깊었다-고 말하거나 혹은 밑줄을 긋는 행위를 하게 만드는 구절은 대개가 공감되는 것들 또는 내 머릿속에서 자유롭지만 오랜시간 박혀있던 생각들을 그들의 문체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들일 터인데 나는 차마 서문 전체를 밑줄 칠수가 없어서 그저 타자하며 옮길수 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두 서문때문에-단지 천원짜리 세장만으로 내가 이 글들을 접해도 되는건지- 하는 짧은 고찰은 결국엔 책에대한 경제적인 이윤은 무의미하게 산출될수 밖에 없다는 것을 서문을 천천히 곱씹어 읽으면서 깨달을수 있었다.











아무나 글을 쓰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주워온 지식들로 길고 긴논리를 편다. 

정성스러운 종이 위에 말없는 장인이 깎은 고결한 활자들이 조심스럽게 찍히던 시대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멀리떠나왔는가? 노랗게 바랜 어떤 책의 첫 장을 넘기고 " 장인 마리오 프라시노가 고안한 장정 도안에 의거하여 그리예와 페오의 아틀리에 에서 제조한 독피지에 50부의 특별 장정본을 따로 인쇄하였다"라고 써놓은 것을 읽을 때면 마치 깊은 지층속에 묻혀버린 문화를 상상하는 듯하다. 

이제사람들은 썩지 않는 비닐로 표지를 씌운 가벼운 책들을 쉽사리 쓰고 쉽사리 빨리 읽고 쉽사리 버린다. 재미있는 이야기, 목소리가 높은 주장, 무겁고 난해한 증명, 재치있는 경구, 엄숙한 교훈은 많으나 "아름다운 글"
잠못이루는 밤이 아니더라도, 목적없이 읽고싶은 한두페이지를 발견하기 위하여 수많은 책들을 꺼내서 쌓기만하는 고독한 밤을 어떤사람들의은  알것이다. 지식을 넓히거나 지혜를 얻거나 교훈을 찾는 따위의 목적들마저 잠재워지는 고요한 시간, 우리가 막연히 읽고 싶은 글, 천천히 되풀이하여, 그리고 문득 몽상에 잠기기도 하면서, 다시 읽고 싶은 글 몇 페이지란 어떤것일까?
겨울숲속의 나무들처럼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서서 이따금씩만 바람소리를 떠나보내고 그러고는 다시 고요해지는 단정한 문장들. 그 문장들이 끝나면 문득 어둠이나 무, 그리고 무에서 또 하나의 겨울 나무같은 문장이 가만히 일어선다. 그런 글 속에 분명하고 단정하게 찍힌 구두점.
그뒤에 오는 적막함, 혹은 환청, 돌연한 향기, 그리고 어둠, 혹은 무, 그속을 천천히 거닐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 산문집을 번역했다. 그러나 전혀 결이 다른 언어로 씌어진 말만이 아니라 그 말들이 더운 감동적으로 만드는 침묵을 어떻게 옮기면 좋단말인가?

-김화영 글의 침묵





1. 예닐곱 살쯤이었다고 여겨진다. 어느 한 그루의 보리수 그늘아래 가만히 누워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 눈을 던지고 있다가 나는 문득 그 하늘이 기우뚱하더니 허공 속을 송두리째 삼켜져 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내가 처음 느낀 무의 인상이었다.

2. 나는 왜 한 가지는 다른 한 가지에 잇따라 나타나는 것인가를 알려고 애를 써왔다. 

3. 바다 가까운 곳에서 지내고, 부지런히 바다와 접촉하면서 살았기때문에 내 마음속에서는 만사가 헛된 꿈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밀물과 썰물이 있는 바다, 브르타뉴에서처럼 항상 움직이는 바다 말이다. 그소의 어떤 해안에는 한눈으로 다 껴안을 수도 없을 만큼 광대 무변한 넓이가 펼쳐져 있다. 얼마나 엄청난 공허인가! 바위들, 개펄, 물...날마다  모든 것이 전부 다시 따져보아야 할 문제로 변하는 곳이니 참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4.무엇이나 다 어디엔가로 인도하게 마련이다. 오직 그것에만 아무런 출구가 없었다. 설사 그 상태의 끝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더라도 나의 삶 자체가 어찌나 죽음과 흡사한 것이었는지 그 차이를 분간하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동물도 죽을 때는 본능적으로 경련하는 법이라지만.

5. 사람이 자기의 주위에 있는 것들을 무시해 버리고 어떤 중립적인 영역 속에 담을 쌓고 들어앉아서 고립되거나 보호받을 수는 있다. 그것은 즉 자신을 몹시 사랑한다는 뜻이며 이기주의를 통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신을 세상만사 어느것과도 다를 바 없는 높이에 두고 생각하며 세상의 텅 비어 있음을 느끼는 경우라면 삶을 거쳐가는 갖가지 자질구레한 일들에 혐오를 느낄 소지를 충분히 갖추는 셈이다. 한 번의 상처쯤이야 그래도 견딜 수 있고 운명이라 여기고 체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날이면 날마다 바늘로 콕콕 찔리는 것 같은 상태야 참을 길이 없다.

6. 나는 자신도 모르게 <무심>의 순간에서 <선택>의 순간으로 옮겨가게 된다. 나는 유희에 말려들고 덧없는 것 속에서 거기엔 있지도 않은 절대를 찾는다. 입을 다물고 무시해 버리지는 않고 나는 마음속에 소용돌이를 계속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표가 서로 다른 두 자루의 펜을 놓고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실로 참혹하다. 가장 좋은 것이 반드시 가장 비싼 것은 아닐터이니 말이다.

7. 空의 매혹이 뜀박질로 인도하게 되고, 우리가 한 발을 딛고 뛰듯 껑충껑충 이것저것에로 뛰어가게 되는 것은 이상할것이 없다. 공포심과 매혹이 한데 섞인다- 앞으로 다가서면서도 (동시에 도망쳐)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그칠 사이 없는 움직임의 대가를 받는 날이 찾아오는 것이니, 말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버리게 된다.
문득 空의 자리에 충만이 들어 앉는다.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굳게 마음 먹은 것은 저 투명한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8. 내 어린시절, 반듯이 누워서 그리도 오래도록 나뭇가지 사이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하늘, 그리고 어느 날 싹 지워져 버리던 그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空의 매혹


1.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하여 여행한다고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데 성공하고 나면 바다위로 배를 타고 여행할 때의 멀미 나던 여러 날과 기차속에서의 불면 같은것은 잊어버린다.

2. 이 엉뚱한 인식이야말로 모든 인식 중에서도 가장 참된 것이다. 즉 내가 나 자신임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즉 잊었던 친구를 만나서 깜짝놀라듯이 어떤 낯선 도시를 앞에 두고 깜짝 놀랄 때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다.

3. 우리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어야 마땅할 것들이 마음속에 무한한 공허를 만들어 놓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명승지와 아름다운 해변에는 무덤들이있다. 그 무덤들이 그곳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4. 그 고장의 의미심장한 <매혹>을 참으로 느끼려면, 지랄다의 정상에 올라가려다가 그곳의 수위에게 제지당해 보아야 한다. "저기는 두 사람씩 올라가야 합니다" 하고 그는 당신에게 말한다. "아니 왜요?" "자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지요"

5. 가장 달콤한 쾌락과 가장 생생한 기쁨을 맛보았던 시기라고 해서 가장 추억에 남거나 가장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그 짧은 황홀과 정열의 순간들은 그것이 아무리 강렬한 것이라 할지라도-아니 바로 그 강렬함 때문에-인생 행로의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찍힌 점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순간들은 너무나 드물고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이어서 어떤 상태를 이루지 못한다. 내마음속에 그리움을 자아내는 행복은 덧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항구적인 어떤 상태이다. 그 상태는 그 자체로서는 강렬한 것이 전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점점 더 커져서 마침내는 그 속에서 극도의 희열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6. 희열은 비극성의 절정인 것이다. 어떤 정열의 소용돌이가 절정에 이르는 순가, 바로 그 순간에 영혼 속에는 엄청난 침묵이 찾아든다.

7. 나의 목적은 시간에 좌우되지 않는다.

8. 사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예기치 않은 순간을 기다리면서 그저 살아남아 있는 것뿐이다.


9. 나 자신보다도  더 내면적인 그 존재의 깊숙한 곳으로 천분의 일 초 동안에 내가 또다시 달려 들어가지 말라는 법이야 있겠는가?



-행운의 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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