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둔 거죽들을 세탁기에 쳐 넣어놓고
책상위도 모자라 바닥에까지 사무쳐버린 날선 조각들을
대강 추스리다 어느새 나는 내 두피위를 걷고 있던거야
조용히 두피위를 걷다 머리칼을 헤집어봤어
문득 동생의 피아노 선율이 생각이 난거지
나 고녀석이 피아노를 얼만큼이나 사랑했었는지 이제 알게된거같아
덩치 큰 불도그같은 피아노를 집에 데려오던날부터
쪼매난 손은 부지런히 불독의 아가리를 열고
흑백(10)사진 위에서 자신만의 푸른기억으로 닦아낸거야.
시와 때가 없었던지
손도 모잘라 온몸으로 그려가던 너만의 서툴고도 착한 악보.
언제부터였을까
너의 작은 손이 흑과 백의 높이와 부피를 재고
무채색의 학술들을 외워댔던
고작 붉게 휘갈긴 숫자로 울고 웃고 좌절하던.
점차 감소되는 선율의 깊이는 결국,
나의 아침잠을 깨우는 단순소음이 되버렸었나.
그런데 이상하다.
이제서야 슬프게도,
그 소음은 내가 들었던 어떤 연주들 보다
당연한것이였고 편안한것이였고 사랑이였나.
이건 뭐 단기 4288년도 드라마도 아니고.
녀석의 손이 닿던 그곳엔
욕망의 패러독스
경쟁의 사치
그런거 없고
무채색을 채우는 맑은 잔상만이
mur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