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4, 2018


2016.09.04















이 글은 바로 지금 내가 두서없이 쓰는 소설과 같지만 소설이 아니고 시와 같지만 시가 아닌 그저 토해내듯이 누군가를 상정해놓고 적는글이 될수도 되지않을수도 있는 긴글이 될수도 있고 되지않을 수도 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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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앙- 빠앙- 빠앙- 빠앙-
알알- 알알- 왈랄- 왈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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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양에게. 나는 편지 서두에는 날씨와 안부를 물으라 부모도 스승도 아니였을 나이 많은 인간에게 배웠소. 허나 당장의 날씨와 안부보다는 이 편지의 목적을 밝히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으오. 이 편지는 곧 J양에게 닥칠 어떤 사건을 예견함을 기록한것이오. 네거티프와 포지티프 따위를 가려내기 이전에 막연한 J양의 미래에 대하여 나와 K군이 경우의 몇가지 수를 추려보았소. 부디 이 편지가 J양의 눈에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겠소. 

  1. 마다가스카르에서 J양 
  2. 서울의 밤은 여전히 길겠소
  3. 경주에서 K양을 주의하시오
  4. 뮌헨발 파리행 비행기에서의 꿈을 기억하시오

더불어 이 네가지 예측은 친절하게도 정해진 시점이 없소. 추려내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들었다는 말은 무의미하오. 허나 그 시간이 J양의 존중에 의해 빛을 발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이 모든 개입이 보람찼다 떠벌리고 다닐수 있겠소. 오토바이 소리가 불쾌하고 두려워 이만 줄이오. 곧 다시금 부치겠소.




















눈도 채 붙여보지도 못하고 집을 나서는 바람에 엇나간 규명의 시점은 이미 저 산등성 꼭대기를 혼자 굽이 넘어 간지 오래다. 발 언저리에 검은고양이가 있다. 무시무시하게 노려보기는 꼭 개나리를 쳐박은것 마냥 쯧. 숨쉬는게 마냥 흥겹지만은 않은걸 보아하니 계절의 순리가 곧이 곧대로 흘러가는구나 싶다. 어느새 내 두 손은 코트 주머니 깊숙하게 뉘여져있다. 맘같아선 이 주머니속으로 사지를 집어넣어버리고 싶을만큼 추위에 노출된 나는 수치스럽기까지하다. 숨어버리고싶다. 지나치던 건물들 사이로 재빨리 살을 숨겼다. 
그리고는 코트주머니에서 부스럭대던 영수증 쪼가리를 꺼냈다. 버려버리려 힘껏 꾸겨대는데 손 바닥에 잔뜩 파랗다못해 퍼래서 청록빛이 도는 잉크가 힘껏 묻어있다. 두 손을 적셔버린것도 모자른나머지 주머니밖으로 흘러내린다.
아이씨. 빨간코트 귓구멍으로 뿜어지는 청록피.
손을 닦기위해 근처 바에 들어섰다. 주인은 없고 회색 앙리와 베이지색 뒤퐁이 있다.
망할 아침부터 재수가 없으려니까 하고 괜히 미간에 주름잡아보다 부랴부랴 주인이 들어왔고 나는 휴지를 요구한다. 주인은 퍼런색 물감칠 된 나의 두 잎사귀를 보더니 아연실색을 하며 가게를 뛰쳐나가다가 오토바이에 치였다. 휴지는 주고 가지 쯧. 일단 가게에서 나와 걷는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주머니에 손을 쳐넣었다. 아마 손톱속까지 퍼렇게 물들고 있겠지. 분수대에 앉아서 파란피를 들여보고 있자니 여간 손이 시려운게아니다. ‘메가다스칼 광장 분수에는 물이 없어요’하고 분수대 대리석에 파란잉크를 머금은 손으로 글을 썼다. 없어요 하고서 점을 찍으려는데


Vignobles d’Alsace 그곳 더이상 검정 고양이의 눈은 없을지니. 


검은 고양이의 눈이라니. 점을 찍어야 이 소름이 끼치는 글과 등질수가있어 애써 점을 찍는다. 딱 78초만 쉬고싶었다. 분수대에 몸을 뉘이고는 눈을 감고 수를 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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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에서 20을 빼고 또 19를 더한 숫자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37 37 37 하고 되뇌이고 있는데 눈커플 너머로 검은게 왔다갔다 한다. 아까 내 발치에 있던 더러운 비둘기겠거니.헌데 비둘기가 내 얼굴 위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않는다. 아무리 내 신세가 고약할지언정 이 얼굴에 새똥까지 갈기면 어쩌나 싶어 이 무거운 눈커플을 기꺼이 들어올렸다. 초점이 맞아지는 피사체는 놀랍게도 비둘기가 아니였다. 낯설지만 낯이 밝은 사내였다. 여기에 누워 꿈을 꾸다보면 분수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그 꿈이 완전히 잊혀져버릴거예요 하기에 저는 지금 꿈을 꾼게 아니예요 단지 37에서 하나를 뺀 숫자가 생각이 나지않아서요 혹시 아신다면 좀 알려주시겠어요? 하고 방금 생긴 용건만 간단히 하여 물었다. 36일거예요 36. 고마워서 고맙다고 했고 이곳을 왠지 떠나고싶어져서 궁둥짝을 슬며시 떼고 앞에 보이는 나무밑 그늘로 갔다. 오들오들 떨며 분수대에 앉아 나를 쳐다보는 저 사내를 주시했다. 저 사내도 나를 주시한다. 이윽고 사내는 분수대에 적힌 낙서에 시선을 둔다. 마침내 나는 부끄러워진것일까? 손을들어 얼굴을 감싸 검지와 중지사이로 눈동자를 위치한다. 사내는 무언가를 적는다 그리고는 




"이곳은 메가다스칼이 아니라 마다가스카르예요!"


하고 소리쳤고 나는 도망갔다.



그날밤 꿈에서 




건물이무너지고36창문이깨지고36의자가부서지고36전구가깨지고36컵이깨지고36손목시계가깨지고36반지가깨지고36붓이깨지고36머리핀이깨지고36안경이깨지고36햇빛이무너지면36나무가깨지고36바람이무너지면36구름이깨졌다36.
그림자는모든것을보고있었다.
만물은파괴하고냉소는그림자에있다.



나는 어디에 있던거지 메가다스칼이아닌 마다가스카르에 있어왔건만 내안에서는 메가다스칼이 곧 내 세계였다. 분노는 걷잡을수가 없었다. 그 사내가 내게 그렇게 소리쳐 메가다스칼이 아닌 마다가스카르였다고 하지않고 그전에 내가 죽었더라면! 나는 그렇게 메가다스칼이 내세계인것을 부정하지않은채 조용히 생을 접을수 있었겠지! 이건 분명 내 생에 대한 모독이고 능욕인것이였다. 참을 수가 없다. 일단은 다시 나가기로했다. 현재 8시 32분이니까 그 분수대까지는 지금 당장 나가면 9시 정각에 도착할것이다. 뛰어서도안되고 터덜터덜 걸어서도 아니되었다. 아홉시에 분수대에 도착해서 일단 그 사내가 어제 적던 글을 보고나서 다시 만날 기약을 하는 글을 써놓자. 그러면 되는것이다. 무의식에 뛰어버려 구름에 잠시 들러 앙리를 쓰다듬었다. 주인대신 아르바이트생이 있어 주인에 대한 안부를 물었다. 그는 내게 얼굴을 닦으라며 휴지와 편지를 주었다. 얼굴에는 파란색 잉크의 손바닥 자국이 크게 남아있었다. 벅벅 닦아댔지만 소용이 없었다. 편지를 뜯어 읽는다.















[J양에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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